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님,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해온 형제자매를 포함하는 원가족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가족 안에서의 역할과 위치, 관계, 가족 분위기와 문화는 한 개인의 사고방식, 습관, 행동양식, 성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렇게 중요한 가족의 사이가 화목하고 긍정적인 경험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떤 가정이든 크고 작은 갈등이나 불화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심각한 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족 구성원이 가족 내에서 갖는 고유의 기능이나 역할에서 비롯된 부담, 역할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간혹 “가족이 딱히 영향 준 것은 없는데요.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저는 저고… 어릴 때야 영향을 받았겠지만 지금의 나와는 상관없어요.” 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간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을 갖고 있거나 역기능적인 가족 간 상호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부부간의 갈등일 수도 있고, 혹은 부모와 자녀 간의 문제일 수도, 또는 특정 구성원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족 갈등의 원인
가족은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죠.
그리고 그 시기마다 각각 다른 과업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처음 부부가 결혼해 가정을 꾸릴 때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서로 이해하며 맞춰 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 과정에서 각자가 원가족과 맺고 있던 관계의 방식이나 생활 습관, 가족 내 이슈가 다시금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부부 중 한 명이 부모님에게 의존적인 경우라면 결혼 후 경제적, 정서적, 물리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때 익숙한 방식대로 부모님에게 의존하거나 배우자보다 부모님의 의견에 좌지우지 된다면 부부갈등이 심화되겠죠.
반대로 가족 내에서 가장이나 부모님 역할을 대신해 온 사람이라면, 결혼 전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기 위해 수입 중 일부를 드렸는데 결혼 후에도 배우자와 상의 없이 혹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원을 이어 가는 경우, 어떻게 될까요?
또 부모님이 가정을 이룬 자녀의 삶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해서 가족간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경제적 지원을 핑계로 수시로 집에 찾아간다든지, 아이를 언제 가질지 계속 추궁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떠나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자녀의 독립이나 결혼을 반대하기도 하죠.
특히 가족 간의 정이나 부모님에 대한 효를 강조하는 한국의 문화에서는 부모 자녀 간의 분리와 독립이 쉽지 않아 갈등이 발생합니다.
부모들은 자식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에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부모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족간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을 좋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도박에 빠져 있는 아버지로 인해 오래 전부터 어머니가 생계를 이어나가는 가족이 있다고 봅시다.
어머니가 버는 돈 중에 아빠의 도박 빚을 갚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고, 그런 엄마가 유일하게 기대어 사는 사람이 딸입니다.
가끔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드리기도 하고 엄마에게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드리기도 하죠.
이처럼 중독, 중독된 가족 구성원으로 인한 감정적 고통과 스트레스 등에서 중독자의 가족 구성원들이 적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을 ‘공동의존’ 이라고 합니다.
공동의존이 나타나는 원인은 문제행동을 하는 특정 가족구성원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가족구성원으로서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도리가 부딪히는 양가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의존적인 관계 외에도 원가족 안에서의 갈등이나 미숙한 해결방식으로 인해 가족간 갈등이 심화될 때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불화로 늘 착한 아이 역할을 해야 했던 사람이 있다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서로 큰소리를 내며 싸우는 부모님으로 인해 ‘나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면 안 된다.' , '나는 불편한 것이 있어도 우리 집의 평화를 참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어린 시절부터 내재화 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갈등 상황이 생겨도 본인의 생각을 밝히고 직면하기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방식이 익숙해졌습니다.
반대로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하고 풀어야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죠.
만약 이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게 될까요?
아마 한쪽은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을 답답하게 느끼고, 반대로 다른 한쪽은 자꾸만 답을 내려고 하고 직면시키려고 하는 사람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을까요?
이렇게 원가족 내에서의 역동과 갈등은 원가족을 떠나 독립한 이후에도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문제가 원가족 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어려움의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원가족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임을 자각하게 된다면, 가족상담을 통해 원가족간의 잘못된 역동과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상담이란?
가족상담은 가족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상담을 말하며, 구성원 간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가족이 함께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올바른 해결점을 찾아가게 됩니다.
상담은 주로 초기에는 가족간 갈등을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고 이후부터는 가족이 서로간의 의사소통 방식이나 대처방안, 규칙 설정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게 됩니다.
가족 구성원 중 개인상담이 필요한 구성원에게는 개인상담을 병행하여 진행하기도 합니다.
가족상담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완강히 거부하는 일도 있던데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방법 있을까요?
많은 가족상담 시 빈번하게 나타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우선 기본적으로 문제의 초점을 어느 한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간 관계’ 의 문제라고 보고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이 이런 문제가 있으니 상담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거부감이 들겠죠.
하지만 우리 가족의 관계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같이 상담을 받으면서 도움을 받아보자고 한다면 거부감은 줄어들 것입니다.
가족상담이 효과적이려면?
내담자들은 기본적으로 방어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방어적이어도 상담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방어적인 태도를 다루면서 호전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나타나게 됩니다.
상담은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도 언급했듯이 어느 한 가족 구성원의 탓을 하지 않고 너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우리의 문제로 보는 시선이 중요합니다.
원가족 간의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가족으로부터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1. 가족 간 의사소통 유형 확인하기
Satir에 따르면 가족간 의사소통 유형은 5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인 ‘일치형’은 자신, 타인, 상황을 모두 고려한 매우 진솔한 의사소통 유형이고, 역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에는 비난형, 회유형, 초이성형, 산만형 이 있습니다.
- 비난형 : 자신과 상황은 존중하고 타인은 무시하는 형태로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비난하고 통제하며 명령하려고 한다.
- 회유형 : 자신은 무시하고 타인과 상황만을 존중하는 것으로 자신의 내적 감정과 생각을 무시하고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는 대화 성향이다.
- 초이성형 : 자신과 타인은 무시하고 상황만을 존중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규칙과 옳은 것만을 중시하는 극단적인 객관성을 보인다.
- 산만형 : 자신과 타인, 상황 모두를 무시하는 것으로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주제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며 산만하게 행동한다.
2. 원가족 안에서의 갈등을 이해하기
원가족 내에서 주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어떤 것들로 갈등을 겪었는지, 각 가족 구성원은 어떤 역할이나 태도를 보였는지, 원가족이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분석해봅니다.
3. 나의 대처방식 파악하기
그렇다면 나는 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 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갈등상황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 인지, 신체적 반응을 살펴보고 그것이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가족구성원과 겪었던 갈등 상황이나 반복되는 갈등의 원인이 원가족 내에서의 갈등과 어떻게 유사한지 혹은 다른지를 비교해 보고, 그 때 내가 보였던 반응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른 관계와는 달리 가족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고, 불편해도 완전히 무시하거나 단절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죠.
그래서 불편함이나 힘듦을 감수하고 관계를 지속하기도 합니다.
가족이 갖는 힘은 분명히 있습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가 필요할 때 가족들이 보내는 응원과 격려는 세상 무엇보다 큰 힘이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가장 큰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처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원가족으로부터의 건강한 분리와 독립은 원가족 간 갈등에 함몰되거나 과거의 역기능적인 관계 속에 고착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 과정이 더디고 어렵기 때문에 개인이 이를 해결하는 것은 버겁게 느껴질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가족상담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연습하고 관계에 성장이 수반된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에 조금씩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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