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힘들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이 쓰는 말인데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즐기라는 의미죠.
그런데 즐기는 것 말고 또 다른 선택지가 있죠? 바로 ‘미루기’ 입니다.
제출해야만 하는 숙제를 미루다가 전날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밤새 했던 적, 약속을 거절하기 어려워 나가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미뤘던 적, 문자나 톡이 온 것을 알면서도 확인하지 않고, 며칠 동안 답장을 안 했던 적 등 미루기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다양한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회피행동(Avoidance Behavior)’이라고 합니다.
회피행동이란 위협이 되거나 두렵다고 판단되는 상황, 대상, 생각 등을 피하거나 관여하지 않는 것, 또는 이미 개입한 상황이나 대상으로부터 떠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회피행동이 심한 경우에는 회피성 성격장애(Avoidant personality disorder) 진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회피성 성격장애란?
회피성 성격장애는 거절에 대해 매우 예민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인격장애입니다.
회피성 성격장애로 진단을 받는 사람들은 관계 맺는 게 어려워 대인관계가 빈번한 직업을 피하려 합니다.
또한 타인에게 비난 당하거나 거절당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며, 수치심을 경험하지 않으려고 이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입니다.
사실 대인관계에서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비난 당하거나 거절당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은 그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 미리 피하려고 하지만, 이는 추측일 뿐입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다 보니 평소 습관대로 빨리 판단해서 결정하고 그런 상황이 닥치지 않았는데도 자기 자신을 비난하게 됩니다.
또한 기질적으로 회피적 성격을 타고나거나 소심한 성격을 지닌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데, 주로 청년기에 시작되고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사회공포증을 동반하게 됩니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원인
회피성 성격장애는 내향적인 성격이 강조되고, 행동억제 기능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기질적 특성을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잘 나타납니다.
또 유년시절 경험한 모욕감, 당황감, 가치 없는 느낌 같은 환경적 경험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형성된 소심함, 수줍음, 근성 없는 성격과 과도한 자의식, 부적절감이나 열등감 등이 원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회피형 성격이 형성되는 원인은 특히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보통 이러한 애착관계를 불안-회피형 애착(anxious-avoidant insecure attachment)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주 양육자와 함께 놀이를 하다가도 떠나는 상황에서 별다른 행동의 변화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 양육자가 다시 등장하게 되는 상황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감정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엄마가 돌아온 후에도 활발하게 놀지 못하고 나간 후에는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후에는 주위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누군가와 지나치게 가까워지거나 친밀감을 표현하면 불편함과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회피성 성격장애의 증상
회피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자존감이 낮으며 거절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심을 갖습니다.
이들은 자기를 거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에 타인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상대가 본인을 싫어하는 눈치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실망과 모욕감을 느껴 사회적 참여나 대인관계 형성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쉽게 입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은둔적인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다음의 증상 중 네 가지 이상 해당하는 경우 회피성 성격장애의 진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비판 및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인관계 또는 사회생활을 회피함.
-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 없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함.
- 수치스러움, 놀림 받는 상황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을 가짐.
-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거절당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함.
- 부적절한 불편감으로 인해 새로운 대인관계 형성을 힘들어함.
- 자존감이 낮아 자신을 매력 없고 열등한 사람으로 간주함.
-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활동을 극도로 회피함.
중요한 점은 정상적인 수준의 수줍음과 구분하는 것일 텐데요. 일반 사람들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불안감을 어느 정도 경험하기는 하지만, 일부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고 대인관계 및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성격장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회피행동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1. 회피행동을 정의하기
자신이 회피하고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 왜 회피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회피행동의 원인이 되는 생각이나 감정, 신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회피행동이 주는 이익과 소실을 따져보면서 회피행동을 명확화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회피행동이 주는 영향 살펴보기
회피행동이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서 회피행동을 했을 때 나는 어떻게 느끼는지,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행동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변화에 대한 의지가 더 생길 수 있습니다.
3. 회피 대신 실행하는 자신의 모습 그리기
회피하는 대신 무언가를 실행에 옮겼던 순간을 떠올려보고 그때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봅시다.
미루고 회피하는 대신 실행에 옮기고 도전해서 성공하는 나, 보람을 느끼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러한 노력만으로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으며, 특히 회피성 성격장애는 많은 경우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심리치료 방법으로는 점진적 노출치료, 인지행동치료, 사회적 기술훈련, 정신역동치료, 스키마 치료, 지지-표현 심리치료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치료자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사회적 상황 및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회피하는 것과 같은 부적응적 행동을 줄이는 것입니다.
'마음소풍 이야기 > 마음소풍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 (0) | 2024.08.07 |
---|---|
틱장애, 정서적 불안의 후유증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 (0) | 2024.08.01 |
사회불안장애(Social Phobia), 수치심에 대한 두려움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 (0) | 2024.07.17 |
청소년 자해행동, 지친 감정의 신호 리스트컷증후군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 (0) | 2024.07.08 |
간헐적 폭발성장애 (Intermittenet explosive disorder), 통제되지 않는 분노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 (0) | 2024.07.03 |